흔히 ‘노하우(know-how)’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법을 말한다. 이것은 지식과 경험의 총합과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는 의미로 개인과 조직의 총합적인 능력을 일컫는다. 산업사회는 그렇게 ‘효율성’을 중요하게 따졌다.


지식사회로 넘어오면서 그동안 경험과 지식으로 쌓아왔던 것들을 서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따라서 지식과 경험을 담고 있는 ‘노하우’가 도처에 놓여져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식사회에 필요한 것은 당장 내게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 어디에 농축되어 잘 갖춰져 있는지를 알고 찾을 수 있는 ‘노웨어(know-where)’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른 바 검색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금은 모바일 시대다. 모바일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정보를 더 좁은 화면에서 나열해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선택할만한 후보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리할 정도로 모바일 화면은 단순하고 간결한 결과만을 제시하게끔 구조화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산발적이거나 너무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는 정보가 아닌 ‘내가 믿을만한 사람이 추천해주는 정보’, 즉 미술관 큐레이터가 멋진 작품을 잘 선별해 잘 배치해 보여주듯 우리 주위의 콘텐츠 큐레이터들의 정보 공유와 권유가 더 힘을 얻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그 신뢰감 높은 사람들을 따라다니고(팔로우), 그들의 정보를 주기적으로 받아보고(구독), 그들과 교류하기 위해 네트워킹을 맺는다(친구신청).

바야흐로 ‘노후(know-who)’의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쯤되면 눈치 챘어야 한다. 세상은 돌고 돈다.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 하여 친구를 사귐에 있어 믿음이 있어야 하고 교우이신(交友以信)이라 하여 벗을 사귐에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믿음’인데 이는 예전의 사람의 됨됨이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현대에는 그의 ‘통찰’을 믿을만 해야 친구신청을 해도 받아준다.

얼마 전 60대, 50대 창업 희망자(아직 창업을 시작도 하지 않은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여서 예비자도 아닌 희망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창업 희망자라 했다)가 연달아 필자에게 찾아왔다. 소개를 받거나 물어물어 찾아온 듯 싶었다.

이들은 자신의 살아온 역사와 스스로의 능력과 성취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고 연이어서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내용이 흥미진진했다. 세상에 없는 것을 가져왔다고 자신하고 있었고 그 아이디어는 누구도 실행하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를 필자에게 부탁했다. 필자는 아이디어 자체를 평가할 능력이나 통찰을 갖고 있지 않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 아이디어를 그 창업 희망자보다 더 진진하게 더 오랫 동안 연구하고 고민했을 리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기준은 있었다. 그들에게 똑같이 물었다. ‘함께 할 사람이 있느냐’고.

놀랍게도 두 분의 신사는 같은 답을 말했다. “현재는 없다”

이렇게 놓으니 결론을 내리기 쉬었다. ‘현재로서는 그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긴 어렵겠습니다’

‘밥은 쌀로 짓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당연한 말이었다. 사업은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혼자서 사업을 일으킨다고 해도 여전히 ‘함께 할 사람’은 어떤 영역이든 필요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창업 희망자들은 사업 아이디어가 사업화가 되기 위한 가장 기초가 되는 전제조건인 ‘사람’, 그것도 ‘가까이 두어 함께 일할 사람’,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함께 창업해서 굶고 밤새고 피땀 흘려줄 동료와 든든한 외부 파트너’가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이것은 오만과 착각이 빚어낸 짝사랑의 비극과 같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아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 ‘아는 사람’ 가운데 내가 필요한 정보를 아는 사람, 내가 모자른 것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은 처음부터 아이디어에서 아이디어로 끝나는 ‘무한동력’ 개발의 꿈 처럼 자가발전으로 인해 정력과 돈과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비즈니스의 꽃은 ‘영업’이라고 한다. 즉 무엇을 팔아야 한다는 뜻인데 그 무엇을 만들어줄 사람, 그리고 그 무엇이 나왔을 때 내가 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궁극적으로 내가 만든 그 무엇을 사줄 사람과 이용해줄 사람을 알아야 한다.

당신은 알고 있는가,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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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usiness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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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5 16:48 2014/04/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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