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아이폰(과 그 운영체제인 iOS)이 세상에 나왔을 때 전문가들은 환호했다. 더 이상의 모바일 운영체제는 필요 없다고 느낄 정도로 아이폰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나온 풋내기 모바일 운영체제가 바로 안드로이드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는 너무 엉성하고 버그가 많아서 개발자들로부터도 외면받으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급부상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들이 2010년을 기점으로 아이폰의 거의 모든 장점을 흡수하면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간 것이다. 지금은 아이폰보다 안드로이드 폰이 수적으로 우세하다. 상대적으로 대항마라고 여겨지던 삼성의 ‘바다’, RIM의 블랙베리, 윈도 등 운영체제는 크게 세력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물과도 같다.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22일 스페인 업체인 긱스폰(GeeksPhone)은 파이어폭스 운영체제에 기반한 스마트폰 2종을 공개했다. 파이어폭스는 PC 웹브라우저 부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해왔다. 긱스가 공개한 파이어폭스 폰은 아직 상용화되어 일반인에게 팔리는 제품은 아니다. 실제로 언제 시장에 나오고 어느 정도의 가격이 책정될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파이어폭스 폰은 개발자를 위한 일종의 샘플로, 향후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델이 기획되어 나올 것임을 시사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오픈소스와 무료 라이선스료 덕분에 세계 각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채택되었던 경로를 파이어폭스도 따라가는 것일까?

삼성 또한 ‘바다’에 이어 독자적인 운영체제에 대한 열의를 버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온 운영체제 ‘타이젠’으로 중요 인물 대상 비공개 시연회를 열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타이젠은 ‘바다’와 달리 삼성전자·인텔 주도로 버라이존, 보다폰, 리모 재단, 오렌지텔레콤, NTT도코모, 스프린트 등 주요 IT 업체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프로젝트로 발전해간다. 특히 삼성전자는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기존 ‘바다’ 개발자들을 모두 타이젠 개발 부서로 이전시킨 바 있다. 이 타이젠 폰은 빠르면 오는 3월쯤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리라 전망된다.

중국의 자체적인 운영체제 개발 움직임도 허투루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화웨이가 의욕적으로 독자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과 공급에 나섰다. 중국에서만 성공해도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의 지형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주목된다.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은 지난해 9월 에이서 단말기에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인 ‘알리윤’을 탑재해 중국 시장 출시를 시도하다 구글의 견제로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올해도 SNS와 연계한 스마트폰 출시에 관심을 보인다. 바이두 역시 중국 통신사와 손잡고 HTML5형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는 중국에서만 스마트폰 운영체제(정식 개발이든 변형이든)가 수십 종 쏟아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전통적인 모바일 부문 강자인 노키아와 RIM 역시 절치부심하며 부활을 꿈꾼다. 노키아는 자신의 운영체제였던 심비안을 과감하게 잊어버리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윈도 기반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공략해왔다. 전문가들은 냉소해왔지만, 1월21일 핀란드 노키아는 지난해 4분기에 스마트폰 660만 대를 판매해 매출 80억4500만 유로, 영업이익 7090만 유로를 거뒀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 스마트폰의 대명사 격이었던 블랙베리를 만든 RIM도 블랙베리 운영체제를 개방형으로 바꿀 계획이라는 토스턴 하인스 CEO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수직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정도면 적당히 편리한 거 아닌가’ 또는 ‘이미 iOS와 안드로이드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모바일 OS 시장이 다시금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보면, ICT 생태계가 ‘독주하는 존재’를 가만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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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281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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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5 09:31 2013/02/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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