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4명의 파워블로거를 비롯해 카페나 블로그형 쇼핑몰에게 과태료 및 시정조치를 내린 사건이 있었다. 이미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파워블로거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계기가 되었고 이상하리만치 기성 미디어는 이 사건에 여러가지 의미를 덧칠하면서 인터넷 세상을 마치 못 믿을 괴담이나 흘러다니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신뢰할 수 없는 상품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장으로 전락했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블로그를 사랑하고 스스로 블로거인 내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사안이었다.

블로그를 오랫 동안 꾸며온 이들에게 돌아온 비난과 화살, 그리고 단지 블로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란 뜻에 불과한 ‘블로거’라는 모종의 집단을 두고 무차별적으로 가해졌던 린치는 두고두고 뼈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만 같다.

이러다보니 여기저기 누구 책임이냐,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화할 것이냐를 묻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여기서 누구를 탓해서 무엇 하겠는가. 블로거라는 정체성 자체가 모호한 판에.

하지만 적어도 포털에게 몇 마디 정도는 해주고 싶다. 포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마치 블로거들이 모두 잘못하고 있는데 사실상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방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포털의 검색 결과를 풍부하게 만들어주었고 더 많은 이웃들이 소통하게 만들어주었던 블로거들을 마치 헌신짝 보듯 하는 포털의 자세가 서운하게 비쳐진 것은 사실이다.

애초에 블로거들과 함께 수익모델 개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하고 소비자보호 조치를 블로거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협력 사업자들이나 포털 스스로가 나서서 해결해주었다면 아마도 블로거들 스스로 엄연한 산업으로도 발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열린이용자위원회 회의에서 다음의 모바일 광고 담당자가 열린이용자 위원들 앞에서 다음의 모바일 광고의 증가세를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 (제5기 열린이용자위원회 제 3차 정기회의 회의록)

월간 페이지뷰가 100억 페이지뷰가 넘었다는 발표도 있었다. 그 가운데 많은 수가 아마도 애플리케이션과 다음의 다양한 서비스 페이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또 상당한 수가 ‘미들 페이지’라 불리는 중간 단계의 페이지였을 것이며 그 페이지에는 어김없이 다음 광고 플랫폼이 붙어 있었다. 또한 최근에 개편된 티스토리 모바일 페이지 역시 다음의 광고 플랫폼과 다음의 실시간 검색 모듈이 떡 하니 배치돼 있다.

일단 최소한 티스토리 블로그를 사용하는 많은 수의 블로거들은 서비스형 블로그임에도 상당한 자유도와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독립성을 부여해주는 플랫폼으로서 티스토리를 애용해왔다. 그래서 그 불편한 과정을 거치고 또는 자신의 이전 블로그를 포기해가면서까지 티스토리에 매달렸고 그 안에서 다양한 방식의 수익모델을 체험해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모바일 페이지만큼은 어떠한 자유도도 주어지지 않았으며 블로거들에게 광고를 선택하게끔 하거나 최소한 광고 노출을 선택하게끔 하는 등의 자유도는 애초에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불어 누가봐도 명백한 수익 모듈인 모바일 실시간 이슈까지 큼지막하게 달아 놓고는 이용자 편의성을 높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티스토리 블로거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따름이다. 오죽하면 불편한 방법까지 써가며 광고와 실시간 이슈 모듈을 없애는 방법까지 블로거들끼리 서로 공유하겠는가.

더구나 최근들어 티스토리의 잦은 오류로 불편해 하고 있는 터에 이러한 상황까지 오니 분개한 블로거들이 관련한 불만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아무런 대답도 없다. 폐쇄형 포털 서비스에서 진일보한 서비스로 평가받았던 티스토리와 그 안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는 블로거들을 무시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

또한, 이미 많은 언론사들이 콘텐츠 공급자로서 포털과 공급 계약을 통해 일정한 수익을 얻고 있으며 모바일 페이지는 별도로 사용료를 내거나 수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뻔한 사실인데 어찌하여 유저들은 자신들의 트래픽이 온전히 어디론가의 수익으로 옮겨가는 것을 방치해야 하는가.

이번 티스토리 모바일 페이지 개편은 사실상 다음 역시 다른 포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블로거들을 콘텐츠 생산자이자 미디어 행위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로 보는 것이고 이들 이용자는 영원히 이용자일 뿐 그들이 파트너가 되어 다음과 생산자와 유통자의 역할을 나눠 갖는 동등한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포털은 이용자들에게 자기 주체성을 되도록 많이 주고 이를 통해 상호 조율하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결국은 포털이라는 운영 주체가 이용자들을 통제하려는 모습만 보인다. 아고라와 블로그가 언론사가 만들어내는 낚시질 뉴스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물론 이는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와 ‘이용자’가 작성한 게시물은 애초에 뒤섞어 배열하지 말라는 이상한 법이 원인이긴 하지만 최소한 이런 상황에 대한 플랫폼적인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는 다음 역시 문제가 있다.

상업적인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포털이지만 엄연히 미디어로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면 사회에 대한 진지한 시선을 투영시키고 있는 블로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온라인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인내를 보여줘야 한다. 또한 그들이 좀더 원할하고 신뢰성 있는 콘텐츠 활동을 장려하려면 수익모델을 공유하는 등 작은 배려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단순히 서비스를 개발해서 이용자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을 넘어서 그들과 ‘소통하고 있고 함께 하고 있다’는 ‘동질감’을 부여해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그게 모바일과 소셜이라는 시대적인 흐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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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음열린이용자위원으로서 쓴 칼럼으로 다음열린이용자위원회 블로그에도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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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1/11/29 12:23 2011/11/2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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