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도리님의 온라인 브랜딩 블로그에 올라온 내가 트위터를 망설이는 6가지 이유라는 글을 보았는데요. 글 말미에 이런 단어가 등장하는군요.

마지막으로 '트위터한다'하면 뭔가 앞서가는 사람인가 하고 보는 'IT허영'이 가장 싫다.

IT허영이란 단어에 시선이 고정됩니다. 이런 조어는 말 만들기 좋아하고 단어 조합에 따른 의미 분화를 두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그만 같은 사람에게 아주 맛난 간식 같은 것이죠.

사실은 저도 트위터를 시작한 지 한 두 달 정도 된 거 같습니다. 늘 그렇듯이 제게는 새로운 미디어 실험이고 체험이라서 트위터 자체에 대한 매력도보다는 그 파괴력, 영향력, 관계설정 등에 관심을 두고 이용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주제에 몰려다니는 모습이라거나 서로 동조하기 쉬운 구조를 채택했음에도 남의 글을 죄책감 없이 퍼 나르는 구조를 볼 때 상당한 매력을 갖게 합니다.

2009/08/10 140자 제한을 커뮤니케이션 집중으로 승화한 트위터
2009/07/16 트위터, 이러면 어떨까? 그만의 아이디어
2009/03/30 고래는 트위터에게 보은할 것인가

미투데이까지 마이크로블로깅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저로서는 획기적인 시각 교정이었습니다. 요즘 NHN이 미투데이를 인수한 이래로 잠잠해왔던 대규모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상당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사실은 기술적인 개방형 플랫폼이 가진 여러가지 한계를 알고 있는 저로서는 미투데이의 집중적인 마케팅에 의한 붐업보다는 개방형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트위터의 유저 확산 모습에 상당한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어제는 야후!가 중동권 최대 포털인 막투브라는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 막투브 역시 소셜미디어 기능을 채택하면서 중동권의 폐쇄적이면서도 종교와 인종끼리의 커뮤니티 역할을 충실하게 해낼 수 있었죠.

소셜 서비스, '허영심'을 자극하는 플랫폼
소셜은 확실히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임이 분명합니다. 이미 소셜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의 의미 분화가 이뤄지고 있죠. 우리나라의 경우 좀 특수한데요. 우리나라에서 이미 아이러브스쿨 동창생 찾기와 스카이러브 채팅, 프리챌 커뮤니티 서비스, 싸이월드 인기인 1촌 맺기 열풍이 지나간 뒤여서 과연 새로운 소셜 서비스가 가능할까 의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2007년 블로그의 폭발적 성장과 2009년 트위터의 선전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플랫폼이 이전 세대의 소셜 서비스에 연이어 뜰 수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복잡한 개념들을 뒤섞는 가운데 끄집어낸 키워드가 바로 '허영'입니다.

'허영검색'이란 말이 한 때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자기 중심적인 사고의 다른 말입니다. 검색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어떤 식으로 노출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허영검색'은 '자기검색'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자기만족'에 그치는 나르시즘이나 소규모 인맥에 의존하는 커뮤니티 성향이 아닌 '사회적인 자아'에 대한 관심이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이 사회에서 어떻게 비쳐지는가, 자신이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알려져 있는가, 자신의 사회 안에서의 역할은 어떻게 평가 받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검색이 바로 '허영검색'인 것입니다.

여기에 '소셜허영'이란 단어를 조합해봅니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방문자, 댓글, 트랙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곧 '허영검색'에서 자신의 이름이나 블로그가 얼마나 등장하는지를 세어보는 것 처럼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절대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후에는 '구독자'확보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는데 이는 일반인이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인물의 영역 체험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구독자를 자신의 팬과 같이 느끼고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이죠. 그리하여 이 구독자들의 성향이나 댓글과 트랙백의 반향, 그리고 블로고스피어에서의 평가에 따라 자신의 글을 생산하고 시각을 계속 교정시켜나가게 됩니다. 이른 바 '소셜화'가 진행되는 것이죠.

단 블로그란 것이 너무 자유롭다보니 진입장벽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과감하게 플랫폼 제약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 트위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소셜허영'은 팔로우어 숫자에서 드러납니다. 자신이 팔로잉한 사람보다 팔로우어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소셜허영심은 과장되어 드러나게 되고 자기과시라든가 자신의 단상을 자신을 중심으로 한 트위터 무리에 던져 파장을 측정하는 등의 소셜화가 진행됩니다. 내 이야기가 더 많이 RT(리트윗)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모습 역시 '자기과시'나 '지적허영'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허영심이란 사회적 존재에게만 있는 심리이기 때문에 일정한 비교대상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평가와 반응이 있어야 합니다. 블로그와 트위터에는 이러한 소셜허영을 자극할만한 플랫폼적인 특징과 많은 사람들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트위터가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이 허영을 충족시키지 못하다가 김연아로 촉발된 김연아, 허경영(허위로 드러났지만), 김주하 등 국내 유명인의 가입은 그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사람들로 하여금 관계를 맺어 허영을 충족시키기 시작한 셈이죠. 물론 해외 서비스를 향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추종 현상 역시 이 허영에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면, 이런 서비스들은 자기중심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불편한 상대를 거부하거나 남들과 피곤하게 토론해야 하는 상황은 회피할 수 있습니다. 허영을 방해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개인중심적인 플랫폼의 변화로 인해 대중 관심사에 충실한 포털 방식의 서비스가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회적인 관심사의 분산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는 지난 번 글이었던 '온라인은 왜 편협해지나'이나 '열린 인터넷 광장이 혼란스러운 이유'에서도 잠깐 언급한 사실입니다. 아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소셜허영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난히 극단으로 쏠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고 나쁘고, 선이고 악이고를 떠나서 지금 우리는 '소셜허영'에 푹 빠져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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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8/26 09:17 2009/08/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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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트위터를 망설이는 6가지 이유

    Tracked from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  삭제

    요즘 블로거들이 포스팅도 뜸하고 댓글도 안달고 다들 어딜 가고 이리 잠잠하나 하고 둘러보면 모두 트위터에 몰려가 있음을 알수 있다. 내가 자주찾던 블로그 중 주니캡(junycap), 민노씨(minoci), 이고잉(egoing), 펄(pariscom), 이누잇(inuit_k) 등등 모두 트위터 광팬이 되어 있다. 마치 플리커라는 새로운 애인이 생겨 조강지처 블로그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블로그를 사랑한다고 하던 사람들인데 살짝..

    2009/08/26 12:34
  2. 트위터, 심리학의 관점에서 풀어보면 ...

    Tracked from 하이컨셉 & 하이터치  삭제

    트위터의 열풍이 대단합니다. 이제 정치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는 듯하고, 아직 트위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쯤 트위터를 언급할 정도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갈 길이 멀어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트위터의 어떤 면이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요? 처음에 트위터에 들어와서 느끼는 것은 이런 단순한 서비스가 어째서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인지 전혀 이해를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뭔..

    2009/08/27 09:36
  3. 하민혁의 생각

    Tracked from haawoo's me2DAY  삭제

    ringmedia님 뒤늦게 본 재밌는 글 “소셜 서비스, '허영심'을 자극하는 플랫폼” http://is.gd/2AE59 허영검색과 소셜허영이라.. 재밌습니다

    2009/08/27 11:14
  4. 캡틴데니얼의 생각

    Tracked from daroo's me2DAY  삭제

    트위터로 등장한 단어 'IT허영' http://3.ly/ZZN, '소셜허영' http://3.ly/mwk 캬캬 (via junycap님) RT drspark님: “나 요즘 주하랑 잘 지내고 있고, 중훈이도 만났고, 바교만 회장님과 점심도…”

    2009/08/27 13:35
  5. 하민혁의 생각

    Tracked from haawoo's me2DAY  삭제

    동감 RT drspark님: 근데 초창기엔 그 허영심의 자극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오니까요. daroo92님: 트위터로 등장한 단어 'IT허영' http://3.ly/ZZN, '소셜허영' http://3.ly/mwk

    2009/08/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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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대해서 내가 말하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매우 건방지다 할수도 있다. 아니 건방지다. IT관련해서 전문적으로 이야기 할 만한 분야도 없고, 그렇다고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해 온 것도 아니고, 하루 방문자 수가 남들이 부러워 할만큼 많이 오지도 않는 별볼일 없는 블로거일 뿐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이런 내가 블로그에 대한 생각을 살짝 적어 보려고 한다. 이는 후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 스스로도 " 나만의 전문 분야와 적절히 섞어서 언젠가는..

    2009/08/2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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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상의 사회적 미디어(Social Media) 는 일시적인 유행일까? Is Social Media a Fad?   Dictated and Translation by Joon H. Park Journal and Captured Photos by Joon H. Park Original Film by Eric Qualman, Socialnomics Click-->English version is here   Prologue...

    2009/08/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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