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프레임 - 4점
이근우 지음/웅진윙스

건드리지 마라. 제발 건드리지 마라. 시장 경제는 알아서 잘 움직인다. 정부가 경제를 도와주는 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봐도 요약 참 잘 했다. 이게 전부다. 아니 이게 이 책의 프레임이다.

애덤 스미스 미이라가 수백년 만에 다시 무덤에서 나와 '보이지 않는 손'을 역설하고 있는 것만 같다. 신자유주의의 옹호자들이 펼쳐 놓은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을 읽으니 아주 제대로 쓴맛이 난다.

인간이란 얼마나 사악한가. 더구나 언론은, 거기에 경제지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들어라. 나름 베스트셀러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노무현 정권이 모든 경제 정책을 실패로 낙인찍는 데 큰 공적을 가진 책이다.

자유시장 논리 신봉자들이 애덤 스미스의 부활을 공식화 하고 그것을 경제 파탄의 주요 원인인 투기목적지향의 경제지에서 시체의 등을 떠밀며 '아직 살아있다'고 말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잔혹한 책이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을 더 난감한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사후약방문일지 모르겠지만 일견 이 책은 쉬운 문체와 박진감 넘치는 사례들, 그리고 간간히 신문 박스 기사를 베껴온듯한 읽을 거리들이 즐비하다.

'통찰력'이란 어처구니 없는 부제를 붙여놓은 센스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큰 흠을 집어내기 힘든 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게 있어 이 책은 '수단'으로 밖에 안 보인다. 노 정권을 흠집내고 신자유주의자가 정부를 가져야 한다고 외치는 경제지의 유치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이 책의 내용과 주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시카고 학파라는 사람들의 잔혹하고 매정한 해법들은 사리분별을 따지는 경제 시스템 속에서는 일견 맞다. 반면 시장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저자도 이야기한다. 마치 '레밍' 처럼 떼지어 다니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사람들의 심리도 잘 묘사했다.

하지만 내용 곳곳에 숨어져 있는 '경제학 이야기가 아닌 정치 경제학 이야기'에 미간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도대체가 철학이 없다. 사람에 대한 애정은 커녕 통찰과 이해는 신자유주의의 일방적인 옹호 수단으로 이용당하면서 변질되어 흔적을 찾기도 힘들 정도다. 솔루션 제시란 것이 저 멀리 물 건너 이야기를 억지로 끼여 맞추는 듯한 모습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경제서의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뉴스와 외서 몇 개 조합해서 자기 주장 하면 끝이니까. 통찰이고 뭐고 없다. 이런 책에 '프레임'이란 제목을 붙이다니 이 책의 기획자는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졌던 것이다.

이래가지고서야 누구에게 이 책을 추천하겠는가. 철학이 없는 지식과 욕망이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도하면서도 이 책의 저자는 여전히 '냅둬라'라고 말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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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06/16 17:07 2009/06/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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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직장인을 위한 경제관련 필독서

    Tracked from Wonderful Goora*net  삭제

    지난 글에서 제 관심분야에 대해서 한번 언급한 일이 있었는데요, 사실 경제학 또는 실물 경제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돈이 관련된 일에는 영 소질이 없기도 하고요. :) 하지만 모른다고 덮어두기에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너무 어려울 것만 같고, 그렇다고 제대로 공부하기에는 너무 멀고도 험한 길일 것만 같은 것이 바로 이 경제학입니다. 물론, 경제학을 공부했다고 반드시 실물경제에서도 성공한다는 법이 없으니 경제"학"이라기 보..

    2009/06/17 02:24
  2. 문외한이 읽은 경제학 책

    Tracked from 지킬박수 - 행복하게만 살기에도 삶은 너무 짧다  삭제

    경제학 프레임 - 세상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이근우 (지은이) | 웅진윙스 경제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 그래서 경제학 관련 책은 버겁다. 졸립다. 게다가 자본주의라는 틀에 대해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터라 이런 책은 썩 내키지 않는다. 어느 행사를 통해 공짜로 얻은 책이 아니었다면 내 돈을 주고 사서 읽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고 (자본주의에 대해, 시장 경제에 대해 너무 우호적이다) 나중에는 저자의 관..

    2009/06/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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