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가 인터넷으로 이사하는 방법

Ring Idea 2009/06/04 17:50 Posted by 그만

신문과 방송의 인터넷 진출은 일찌기 유사 이래 그 유래가 없을 정도의 대규모 '컨버팅 프로젝트'와 '미러링 프로젝트'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버팅'이란 말 그대로 기존의 다른 형태로 존재하던 데이터를 한꺼번에(또는 단계별로, 최소한 대규모로) 디지털로 변환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미러링'이란 쉽게 말해서 '병행해서 똑같이 올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신문과 방송은 인터넷을 '동시에 올리는 실황중계 채널 가운데 하나'로 보았죠.

결과적으로 보면 '컨버팅'과 '미러링'은 최초 기획 의도와 크게 벗어난 사용자들의 이용 습관으로 인해 절반의 실패를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콘텐츠를 '통으로 소비'하지 않고 '조각내서 소비'하게 됩니다.

100분 토론 영상이 100분짜리 다시보기 영상으로 소비되기보다 5분짜리 영상으로 조각나서 돌아다니는 모습이라거나, 사진이나 구석에서 신경도 쓰지 못하던 1단 단신이 공격의 목표가 된다거나 하는 현상에 맞닥뜨립니다. 또한 자신들이 설정해둔 채널로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고 매우 불규칙한 패턴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이용'하는 사례가 더 많아졌습니다.

올드 미디어는 결과적으로 당황하고 맙니다. 그동안의 소유의 개념이 강했던 콘텐츠 독점 생산자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황과 함께 권력의 제 4부라고 일컬어지던 권위는 제 5부인 네티즌 권력에 의해 난도질 당합니다.

올드 미디어의 뉴미디어 전략은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리 짐작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어느 잡지사에서 일하시는 나이 지긋하신 부장님께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권위도 있고 지명도도 있고 웬만한 품질도 갖춘 곳이었지만 '빤히 보이는 미래'를 바꾸고 싶은 희망에 저를 찾아오신 것이죠. 말그대로 저는 지푸라기밖에 깜이 안 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를 찾아오신 분에게 드릴 말씀은 잔인한 이야기 밖에 없었습니다.

"버리세요. 다시 시작하세요. 그게 더 빠릅니다"

"마이크로미디어로 승부를 보세요. 모든 기자를 블로거로 만들거나 블로거로만 회사를 꾸리세요"

"잡지 콘텐츠는 디지털라이징해서 팔든가 아예 디지털라이징 하지 말고 라이센스만 파세요. 디지털라이징 비용은 향후 10년 동안 갚을 수 없는 빚이 될 겁니다"

"인터넷을 사이트 단위로 생각하지 마시고 조각맞추기로 생각해보세요. 귀사의 잡지는 그 조각 가운데 하나로 활용되기만 하면 되지요. 사람들이 보는 모든 판대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너라면 성공하겠냐'고 물어봐도 답이 없는 상황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뭔가 개념적으로 다른 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기존의 '기사 품질'이라거나 '특종' 또는 '단독' 따위에 집착하다가는 눈 감은 사이에 인터넷에게 코를 베이게 될 겁니다.

제가 좀 막 나갔죠? ^^ 그래도 명색이 미디어 분야 블로그인데요. 뭔가 이야기할 거리가 있어야겠죠. 그래서 두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하나는 타임(time.com)이구요. 또 하나는 라이프(life.com)입니다. 아마 언론계에 계시지 않더라도 두 잡지가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잡지라는 점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먼저 타임을 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마 누구라도, 최근까지 온라인의 급작스런 미디어 영역의 침범을 지켜봐왔다면 뉴욕타임즈와 비슷한 레이아웃의 이러한 포맷을 선호했을 것으로 봅니다.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콘텐츠가 그득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이라도 새로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그리고 더 많은 사진, 더 많은 기사를 위해 관련 기사도 풍부하고 CNN 네트워크의 콘텐츠와의 연계도 뛰어납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작은 규모의 인원으로 심도 있는 기사를 제공하기 위한 잡지사 입장에서는 너무 포털식이고 난삽하고 복잡한 내비게이션을 갖고 있습니다.

이젠 베타 버전이라고 표시돼 있는 라이프닷컴(www.life.com)을 가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심플합니다.

메인화면에서 클릭해볼만한 것이 별로 없지만 반드시 클릭해보고 싶은 콘텐츠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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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에 확 띄는 것은 이겁니다. '진짜? 가짜?' 류의 콘텐츠이지요. 또 편집자의 추천!, 자극적인 '이거 혹시 놓치지 않았수?' 항목에 우상단은 사용자 참여로 이루어지는 객원 편집자 추천 콘텐츠가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최근 3개월만에 10만 등이 넘는 성장을 기록합니다. (알렉사 기준)

쉽게 말해서 덩치 큰 사이트를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심플함이 대세입니다. 왜냐하면 비용대비 효율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양'으로 승부하다가 지금껏 망가진 '따라쟁이 웹'에서 자신의 몸을 가볍게 만들고 필요한 것만 적재적소에 노출하고 자신만이 갖고 있는 콘텐츠의 종류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잡지가 인터넷으로 이사올 때는 군살도 빼고 두꺼운 종이도 버리고 가볍게 와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없으면 인터넷으로 이사오지 않는 것도 방법이란 점도 반드시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핵심은 '효율성'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변변히 돈과 사람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빚만 집니다.

** 잡지 사이트에 와서 웹사이트를 검색한다거나 다른 독자와 일촌 맺고 자기 여자 친구 사진 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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