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다들 잘 보내셨는지요. ^^
추석 연휴인데도 블로고스피어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또는 분노에 가득 찬 글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아, 우리는 살아있구나'라는 것을 느낍니다. ^^
추석 인사를 보태며 좋은 글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겠지만...
이정환닷컴에 레진사태의 논란에 대한 본질을 고민하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레진 사태와 다음을 위한 변명, 그리고 논란의 본질.[이정환닷컴]
여러모로 레진 사태에 대한 논란 확대 전략이 들어 가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 동조합니다.
그런데 제 글에 대한 언급도 있군요. 댓글을 달기 뭐해서 트랙백 용도로 글을 작성합니다.
그만님이 전선을 명확히 하자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음을 백날 탓해봐야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레진님이 이글루스에서 티스토리로 옮겨온 것처럼, 티스토리를 떠나 네이버나 엠파스 블로그 또는 심지어 독립형 블로그로 옮겨간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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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님이 전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해 놓고는 자기 콘텐츠의 자기 통제권이 필요하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쉽다. 레진 사태의 경우, 통제의 주체는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국가 권력, 그리고 이를 움직이는 자본 권력이다. 독립형 블로그가 이런 여론 통제와 준거 기준의 강요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일 뿐이다.
이쯤 되면 제가 글을 참 못 쓴다는 것을 느낍니다. 논란의 한 꼭지점을 잡아 당기면서 부각하면 다른 꼭지점들이 뭉개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 정도가 되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괴감 같은 것도 느낍니다.
제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것은 독자들의 '오독' 같은 문제가 아니라 제가 '오기'한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또 변명을 해야 하는 입장도 좀 우습지만 제 이야기의 핵심은 이겁니다.
레진사태와 함께 여러 수많은 통제 사례들의 전선에 맞닿아 있는 상황을 도식화 하다보면 결국 '국가 통제'와 '자기 통제' 사이에 '포털 통제'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포털 통제는 결국 국가 통제와 동일하거나 더 가혹하므로 자기 통제권에 대한 입장이 명확해 져야 포털 통제를 건너 띄어 결국 국가 통제와의 한판 승부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정환닷컴에서도 지적하듯 포털 통제에서 이해해줄 부분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 안에서 포털과 대립 전선을 편다고 한들 포털이 이용자들의 자기 통제권을 강화해줄리 만무 하다는 것을 알고 있잖습니까.
그래서 일단 자기 통제권을 획득한 다음 부당한 국가 통제와 함께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제 이런 의도와는 상관 없이 글을 읽으신 분들의 반응은 '이용자만 탓한다'는 식이네요. 유감스럽게도 이용자의 자기 통제권 각성이 전제 되어야 포털이든 포털이 대리하는 국가 통제든 싸울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어딘가 구멍이 있는가 봅니다. 국가의 통제 의도에 대해 열심히 까는 거 누가 못하겠습니까. 하지만 논란의 본질에서 좀더 전술적인 면을 고민하다보니 오히려 논란을 희석시키게 된 결과는 제 잘못이겠죠.
글을 쓸 때 논란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뒤 약간의 디프레스를 경험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