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부가 배포한 OECD 조사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자료는 'OECD PISA 2003 만15세(고1)대상 ICT활용 조사결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배포했다. 국제적인 설문으로 작성되는 이 조사는 OECD 회원국 및 비회원국의 15세(고1) 청소년의 학습 성취도를 비교 분석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그중 하나인 컴퓨터 활용 환경 및 활용 능력 등에 대한 조사였다.


2003년에 시행된 이 조사의 결과 가정에서의 PC 사용가능 여부, 학교에서의 1인당 PC수, 가정에서의 사용정도 등의 ICT 환경과 양적 활용은 OECD 평균보다 높은 98%(평균 85%), 0.27대(평균 0.16대), 86%(평균 74%)로 각각 나타났으나, 학교에서의 PC가능여부, 학교에서의 '사용' 정도 등의 학교 사용율은 각각 85%(평균 92%), 57%(평균 72%)로 나타났다.


또한 "정보검색, 협동작업, 메신저 등 커뮤니케이션 및 음악감상 등 인터넷과 오락을 목적으로 PC를 활용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고차원적인 활용영역인 프로그래밍 및 소프트웨어 활용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 교육부가 밝힌 이번 조사 결과다.


PISA 2003에는 총 41개국의 약 28만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51개 학교(전체 표집 대상 학교의 3.15%)의 만 15세 학생 5,612명이 참여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자표를 배포하면서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OECD PISA 2003 결과를 살펴보면, ICT 활용기반과 양적 활용실태는 OECD 회원국에 비해 우수하나, 질적 활용 수준은 상대적으로 제고되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터키, 포트투갈, 미국, 멕시코 15세 청소년 1/3은 프로그래머?


하지만 조사 항목이나 결과가 상식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들어 있다.


우선, 교육부와 교육평가원이 말하는 '질적 활용' 부분에서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자주 사용하는 학생의 비율' 같은 경우 터키(37%), 포르투갈(34%), 미국(33%), 멕시코(32%) 등의 나라에서는 '프로그래밍을 위한 컴퓨터 사용'이란 항목에 응답을 했다는 점이다. 설문 조사 대상자가 만 15세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이 항목에는 대부분 20% 이상의 응답율을 보인 다른 회원국들과 달리 10% 미만인 나라는 대한민국(8%), 일본(3%) 두 나라 뿐이었다. OECD 평균은 23%였다.


또한 막연하게 '고차원적인 ICT 과제 수행에 대한 자신감' 항목 가운데 ▲주소록을 만들기 위하여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다(로고, 파스칼, 베이직) ▲웹 페이지를 구성한다 등 우리나라 컴퓨터 활용 현실에 비춰보면 생뚱맞은 설문이 들어 있다.


상식적으로 15세 청소년들이 주소록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다거나 '파스칼' '베이직' 등 한물 간 프로그램 언어를 배우거나 사용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싸이월드나 블로그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는 우리나라 인터넷 상황에서 웹페이지를 구성한다는 등의 설문에 응답률은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과연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에 대한 수준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응답이 엇갈릴 수도 있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지적하듯 학생들이 마치 컴퓨터로 '오락'만 하는 듯이 보도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인터넷과 오락을 위하여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학생의 비율'에서 우리나라 응답자는 '정보검색을 위한 인터넷 사용'(59%), '게임'(57%), '협동 작업을 위한 인터넷 사용'(49%), '소프트웨어를 내려받기 위하여 인터넷 사용(47%), '음악을 내려받기 위한 인터넷 사용'(79%), '커뮤니케이션(이메일, 채팅)을 위한 컴퓨터 사용'(73%) 등의 결과를 보였는데 '게임 사용' 항목의 OECD 평균은 53%로 불과 4% 차이만 났으며 최고 30% 이상 차이 나는 다른 항목의 OECD 평균과 비교해봐도 그 차이가 적었다.


한편 이번 설문에서는 영국의 경우 응답율이 낮아 결과발표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일본의 경우도 '프로그래밍을 위한 컴퓨터 사용(3%), 교육용 소프트웨어 사용(1%), 게임 사용(19%), 음악 다운로드(12%) 등 전반적으로 저조한 응답률을 보여 과연 각 나라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비교가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질적 활용 능력 보완하자며 교원 교육만 강조


실제 OECD가 배포한 영문 요약자료의 경우 질적인 평가보다 OECD 각 나라의 학생당 컴퓨터 보급 비율이나 남녀 성비에 따른 컴퓨터 사용률 등에 대한 결과가 주로 다뤄져 있다.


더욱 의아스러운 점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설문 결과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는 ICT 활용 관련 교원연수 다양화, ICT와 장학 활동과 연계 강화 및 정보통신 윤리교육 강화 등의 방안을 시·도교육청 등 관련기관과 함께 적극 추진키로 하였다"고 밝혔으나 학생들의 질적인 사용 능력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이지 않다.


교육부가 밝힌 대책안에는 ▲교원의 정보화 마인드와 교과별 ICT 활용율을 제고 ▲사이버가정학습 서비스 대상을 확대(초4~고1) ▲학교 현장 중심의 ICT활용 관련 교수-학습모델과 정보를 확대 제공 ▲PC를 보다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 및 ICT 교육 프로그램 확충 ▲유비쿼터스 교육환경에 적합한 사양으로 교체될 수 있도록 재원확보방안을 마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대책은 아무리 봐도 앞에 언급돼 있는 '고차원적인 ICT 활용 능력'이라거나 '프로그래밍 및 소프트웨어 활용' 확대 방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교육부는 결국 ICT 교육에 대한 키워드에 몰입된 채 현재 고1 학생들의 컴퓨터 활용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자료 원문 보기 : http://moe.news.go.kr/warp/webapp/news/view?section_id=p_sec_14&id=fd415d4997fc7a5189ce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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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5 16:16 2006/01/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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