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를 언급할 수 없지만 꽤 됐다. TNC가 구글로 넘어갈 것 같은 징후는 여러 곳에서 포착되었고 이후 구체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말이 나왔다. 그 소문을 노출시키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쩌면 이 거래가 어떠한 외부적 잡음도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 사실 가운데 두 회사의 입장을 놓고 생각해보면 아마도 양사는 최적의 선택을 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최적은 '적응'이라는 말로 바꿔서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 최선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꽤나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태터앤컴퍼니의 뿌리를 잘 살펴보면 이 회사가 궁극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회사라기보다 가치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생산하여 이를 마치 OEM 납품하듯 자본과 유통망을 가진 회사에게 제공하는 마치 '스튜디오' 형태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구글로 옮기게 된 노정석 사장은 그 꿈의 스튜디오를 구성했고 첫 작품의 재료를 오픈소스에서 구한다.(*추가. 오픈소스에서 재료를 구했다기보다 개발 결과를 독점화하지 않고 오픈소스화 했다고 해야 맞을 거 같다.) 그리고 다음이란 배급망을 통해 자신의 시나리오가 가치 있음을 인지시킨 뒤 더 큰 블록버스터를 위한 구글이라는 배급망을 잡은 것이다. 뿌리는 바로 태터툴즈라는 작은 코드 덩어리였다.
노정석 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사업을 수식하고 싶어 '한국의 무버블타입', '한국의 식스어파트' 정도로 표현하고 싶어 했을 정도로 그는 이미 해외의 블로그툴 성공 사례를 꿰뚫고 있었으며 한국에서는 똑같은 방식으로 독자생존할 수 없다는 한계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놀라왔다.
리눅스 배포본 사업 이후 이렇다 할 독자적인 오픈소스 성과가 없는 한국에서 불가능해보였던 것을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노정석 사장과 그의 동업자인 김창원 대표를 높이 평가한다.
솔직히 몇 년 전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의 사업 모델은 매우 엉성했으며 설치형 블로그라는 안정성도 속도도 엉망인 국산 툴(그나마 사용하거나 도움을 구할 곳이 많았다는 이유 정도가 장점이었던)은 서비스화 시키기에는 미완성 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만 주변의 많은 기자들은 어설픈 비즈니스 감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니 수익 모델이 어쩌니 중얼 거리며 그들의 외연만으로 엉성하게 평가하곤 했다. 그러나 그들을 당시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2단계 성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어쩌면 내가 대신 통괘할 정도다.
TNC는 오픈소스 서비스 스튜디오
오픈소스 재료를 사업화시키고 오픈소스 기술은 오픈소스 커뮤니티로 귀속시키는 노련함은 노정석 사장의 작품이기도 했지만 그의 동료 모두의 작품이기도 했다. 더구나 TNF, '니들웍스'라는 조연들의 공동 작품이다. 태터툴즈라는 작은 코드 덩어리가 산업에 편입할 수 있는 드라마를 구성한 셈이었다. 노정석 사장의 구상은 결과적으로 혁신적이었으며 구루들에게 환영을 받는 방식 그 자체였다.
오픈소스 재료가 있음에도 이를 상용화하는 것에 매달리지도, 그렇다고 그것에 전력을 쏟지도 않았다. 어차피 시장은 작고 신 개념은 인정 받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그가 기대한 손길을 다음으로부터 받아낸 것이다. 이미 SK컴즈와 네이버도 같은 제안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TNC라는 무명 스튜디오의 손길을 급하게 잡은 다음은 이후 큰 것을 잃은 대신 다른 큰 것을 얻는다.
사실 티스토리를 궁극적으로 성공한 모델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티스토리는 몇 가지 누수 포인트를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티스토리는 블로거들에게 설치형 처럼 쓸 수 있고 도메인을 구매하면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음을 선동했다.
자유로움은 왜곡과 선동과 스팸을 낳는다. 유저의 급격한 증가는 티스토리를 관리하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예상치 못한 개발 리소스와 엄청난 양의 스토리지와 트래픽 비용을 발생시켰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사고방식으로는 이같은 투자를 언제까지 진행하다가 결국 수익을 발생시킬 구멍을 찾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은 이미 서비스형 블로그를 운영중이었으며 애드클릭스의 개발은 그야말로 '실험'에 불과했다. 이를 비즈니스화 시키긴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오픈된 형태의 트래픽 외부 유출을 가능하게 한 블로거뉴스가 태동할 수 있는 내부적 논리 기반이 티스토리였다는 점도 비즈니스의 무질서한 방향성을 증명한다.
티스토리, 무질서한 네트워크의 힘
티스토리는 다음에게 있어서 비용과 리소스에 있어서 절대로 ROI도 나오지 않고 있는 '스토리지와 트래픽을 먹어 치우는 하마'다. 게다가 그 하마는 난폭하기까지 해서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조련사에게 종종 대든다. 독립 도메인을 사용하는 블로그의 많은 트래픽은 티스토리의 트래픽으로 잡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반면 티스토리의 불편함과 난해함을 경험한 사용자들은 포털에 안착하게 만드는 계기까지 만들어 주니 이 또한 재미있는 현상이 아닌가.
티스토리 사용자들에게 억지로 다음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은 또한 재미있는 결정이었다. 어쩌면 현실적으로 포털 서비스를 조각내서 위젯화 하거나 티스토리에 내장시키는 방법에 몰두하기에 너무 힘들만큼 티스토리의 안착은 다음에게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티스토리의 성공 비결인 셈이다.
티스토리는 코리안클릭 기준 국내 10위권 서비스로 성장했으나 철저하게 분산돼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따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단일 브랜드 사이트로의 집중이 마치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떠받들여지는 상황에서 이런 분산 네트워크 구조는 더욱 자생력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티스토리는 TNC가 다음에 독점 공급한 서비스 형태로 TNC는 네이버, 엠파스, 파란 등 국내 서비스 기업에게는 다시는 이런 비슷한 서비스 형태를 OEM 납품하지 못하게 하는 단서를 달게 했다. 이는 '스튜디오'가 되어 다수 유통 구조를 갖춰야 하는 TNC에게 치명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해외 서비스 기업에게 넘어갈 수 있는 방향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스튜디오를 안으로 끌어들인 구글의 선택은?
이 기막힌 우연과 필연의 연속은 계획된 것이라기보다 최선보다는 차선의 선택을, 그리고 차선보다는 최적의 선택을 해왔던 TNC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TNC의 최근 텍스트큐브닷컴의 지지부진한 개발진행 상황은 다 이유가 있었다. 인수협상과 함께 직원들은 정신없는 구글 인터뷰에 끌려다녔을 것이고 협상의 줄다리기는 의외의 작은 이견들을 메워가며 지지부진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텍스트큐브닷컴은 오픈베타 정도의 완성도도 갖추지 못했다. 텍스트큐브닷컴은 티스토리에서 차별화된 SNS 모델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그것은 태터툴즈와 티스토리의 미덕이었던 자유로움을 빼앗아 갈 위험성이 있다.
구글은 골칫 덩어리 하나를 얻어온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글이 TNC, 정확하게 말하면 TNC 임직원과 텍스트큐브, 이올린을 사간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한국 인터넷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이벤트인데다 명분도 있고 기술 역시 그동안 자신들이 개발해오던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 추가 개발에 투자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들의 수익 플랫폼 이식이 쉽고 그동안 떠들어왔던 오픈소스 지원 철학과도 거의 일치한다.
특히나 그만이 주목하는 것은 텍스트큐브의 SNS 기능이었다. 이 기능은 네이버 블로그의 이웃 블로그와 별반 차이도 없어 보이고 태그 매칭 등은 그다지 신선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텍스트큐브닷컴의 SNS는 폐쇄형으로 텍스트큐브들끼리의 통신수단에 불과했다. 오픈ID 지원도 없고 스킨의 자유도를 해치는 기능이기도 하다. 더구나 내외부를 이어주는 것이 아닌 '끼리끼리'의 지독히 싸이스런 통신망의 복사판 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구글과의 결합은 이런 모든 단점을 말끔하게 씻어줄 것이다. 구글은 야후, 마이스페이스와 함께 오픈소셜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소셜과 텍스트큐브닷컴과의 결합은 명분과 실리를 살리면서도 그동안의 개발상 모호함까지 해결해줄 수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지금 구글이 텍스트큐브닷컴을 제대로 살려놓을 것이냐 아니면 그냥 흐지부지한 플랫폼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텍스트큐브닷컴이 실패하거나 성공하거나, 공룡 기업 구글에게는 그다지 큰 의미를 줄 수 있는 정도의 사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가 중요할 뿐이다. 그들의 선택은 지루하고 지난하고 통속적이었지만 '최적'이었다.
*덧, 추석 잘 보내세요~ 여러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