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질과 편집이라.... 적절한 비교대상인지 좀 의심스럽습니다. 편집이 가지고 있는 취사선택은 원재료를 특정한 관점으로 전달하기 위해 가공하는 것이고 펌질은 좋게 말해야 같은 부류나 카테고리를 모아두는 정도일텐데... 유사한 점이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관대한 해석인 것 같군요.
제가 보기에 c일보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펌질이 결국 n사 같은 거대 포털에 의해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인데 결국 펌질 그 자체 보다는 n사의 잘못된 방침이 문제의 원인이죠. 한마디로 c일보의 속내는 인터넷 세상이 곪았네 어쩌구 하면서 "n사를 비롯한 거대포털... 그래 걸렸어"라는 것에 다름아니라 봅니다."이것도 걸고 저것도 걸고 이것 저것 쑤시되 항상 거대명분을 앞세워라"와 같은 그들의 영업방식이죠. 다만 n사의 폐쇄적인 발상이 그 좋은 소재가 되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펌질을 매도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좋은 글이 생기면 퍼가고 제 블로그에도 올려놓으니까요. 다만 그것이 (여기 오시는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시듯) 원저자의 허락없이 영리적 목적에 이용된다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펌질이 인정받으려면 나름의 묵시적인 동의와 질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적어도 이것은 퍼온 것이다. 원저자는 누구고, 어디서 퍼왔다 정도는 명기하는 게 예의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만님이 글 마지막에 언급하신 기성언론의 제작관행은 정말 문제입니다.
사실 속칭 "우라까이(기사의 내용을 살짝 바꿔서 쓰는 말 그대로 대체, 윤색한다는 기자들의 은어)"가 펌질과 뭐가 다르냐고 지적하시면 솔직히 대한민국의 많은 기성기자들이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펌질과 비교되기에는 다소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만님의 블로그를 보면서 여러가지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좋은 글 항상 감사하구요. 사실 댓글을 달고 트랙백을 다는 게 그리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소통하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미디어의 또다른 모습이고 기회이며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만님 건필하십시오.
영화사나 방송국에서 열심히 만든 드라마나 영화를 "따운"받아서 보고는 그 스크린샷을 올리고 나서 이런 저런 아주 허접한 평을 쓴 모 씨의 블로그의 글을, 제가 속한 어느 폐쇄 그룹에다 제목하고 링크만 (내용은 안퍼오고요) 가져다가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링크만 있으므로 그 그룹 사람들은 링크를 클릭해서 그 블로그로 갔고, 그 모씨께선 레퍼러 체크를 하시다가 그 폐쇄 그룹 웹사이트를 들어가려 했는 데, 당연히 페이지가 열리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 모씨께서는 "퍼갈려면 허락을 맡고 퍼가는 게 예의다," "올린 사람은 당장 나에게 연락해라"라고 방명록에 마치 형사인양 쓰셨더군요.
만일 제가 내용을 펐으면 그 그룹 사람들은 그 블로그에 가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모씨가 영화사나 방송국의 허락이나 맡고 그런 스크린 샷을 뜨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비겁한 비유 어쩌구 하더군요.
저도 펌에 대한 문제로 고민하면서 몇 편의 글도 써보고 하면서 "무례한 펌만 아니면 펌이 문화전파의 기수인데 이 아니 좋을쏘냐~ 인류문화 자체가 펌이다"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만님께서 펌에 대한 좋은 말씀을 해주셨네요. 펌은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어요. 좋은 자료들을 종류별로 모아놓으면 의미있고 유용한 정보가 됩니다.
또한, 펌한 자료를 통해 몰랐던 유용한 정보를 접하고 원출처, 원저자로 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정보가 사람 목숨도 구하는 시대에 이 아니 좋은 선행입니까. 펌을 무작장 비난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최근에 무작정 펌을 비난하는 분을 만나서 당황했었죠. 특별한 근거를 대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그냥 안된대요. 그게 뭡니까. 펌하는 것도 사실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고 안목이 필요한 일이지요. 건전 유익 정보의 전파자로서,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도 하는 거구요.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지은이, 출처, 주소 등을 모두 밝히고, 지은이의 의도를 확인하고 펌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드리는 말씀이구요. 무레한 불펌은 당연히 곤란하지요.
펌에 대해서 널리 인식이 확산되고, 어느 정도까지 펌을 허용하겠다는 의사표현들이 확실해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아직 컴맹 초보인지라 의사표시를 채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