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제기는 좋지만, '다들 극단적이다'라는 논리는 자기지시적인 명제인지라, 그 자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지요. 진영논리라는 말로 현재의 여론 쏠림현상과 극단적 대립상을 설명하려면 '온라인은 왜 편협해지나'라는 문제제기도 그 편협한 온라인 세상에서 (어쩌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기계적 중립을 고수하는 진영이 팔짱끼고 훈계하는 듯 보일 수도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도 주관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다수결'의 의미를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싫어하기는 합니다만, 어차피 진흙탕에서 싸운다면, 깨끗한 채로 있기를 포기하고 확실한 편을 정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중립이란 게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 게, 그만님께서 어느 집단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읽는 사람들이 쉽게 흥분하고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을 때는 무의식중에 콘텍스트를 참고할 수밖에 없고, 개인이 아무리 중립을 고수하려 해도 콘텍스트는 나름 중립적인 의견을 뒤틀어놓기 일쑤지요. 이 문제는 글쓴이의 잘못도, 읽는 사람의 잘못도 아닙니다. 메시지가 '총알'이 아닌 이상에야, 속성상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글재주가 없어 장황해졌는데, 요는 중립성이란 건 항상 욕먹을 수밖에 없고, 또 어찌보면 욕먹을만한 가치라는 거지요. 중립성이라는 건 항상 사건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관조함을 내포하니까요. 그 점도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