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참 좋아 보이세요"
"헤헤..."

솔직해지자. 다른 사람으로부터 '괜찮은', '좋은', '착한', '성실한' 등의 평가를 듣게 되면 누구나 기분이 좋다. 하지만 가끔 그 평가가 나의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있지 않은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거절해도 상관 없는데, 잘못을 지적해도 되는데, 화를 내도 괜찮은 상황인데... 우리는 '좋은 사람'이란 꼬리표를 떼기 싫어하며 부탁을 들어준다. 거절하지 못한다. 남에게 지적하지 못하며 화도 못 낸다.

이건 실제로 나에게 일어난 일이다.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좋은 사람 콤플렉스>란 책을 샀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 가운데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위안과 격려의 말을 되뇌였다.

하지만, 지난 두 달 동안 폭풍과 같은 스트레스가 전후좌우에서 밀려들기 시작했다. 생활 전체가 딜레마의 연속이고 돌발적 불가항력 사건이 연이어 터지게 되는 것이다. 불행은 어깨동무하며 온다던가. 직장에서는 여러가지 불만이 가득 쌓이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특히 '나는 좋은 일 하는데, 나는 좋게좋게 하는데... 정말 상대는 그 고마움을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여긴다'라는 딜레마가 이어진다.

또한 개인적인 상황에서도 나의 바쁜 상황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고 누군가는 계속 서운해하고 그것을 보충하거나 할 심적 시간적 여력이 없으니 충돌만 연속이다.

그러다가 통제가 불가능한 사건은 이어지고 다시 나에게 의존적이었던 상황은 역시 틀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지면서 공교롭게도 '나에게 문제가 있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지난 두 달이 그랬다. 폭풍 처럼 몰려온 스트레스가 결국은 내 안의 억울함을 키우고 다시 그 억울함은 나의 주변과 상황에 대한 해결할 수 없는 불만과 분노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울화병의 시작이었다. 또는 직장생활에 있어서 수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는 소진(burn out)의 시기인 셈이다.

몇 가지 조처를 취했다. 물론 어떠한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대증법인 셈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가급적 공적인 일이 아니면 대화를 줄였다. 인간으로부터의 스트레스가 더 많은 상황에서 대화를 스스로 줄이지 않으면 대화 전후로 만들어지는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로지 혼자 있는 시간을 내어본다. 그동안 여러가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 시간 단위로 쪼개 살아온 스케줄을 아예 하루나 반나절 정도 통째로 비워놓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끔 시간 낭비와 비효율적인 모습인 '멍 때리기' 모드도 시도해본다. 생각이 많아지면 많아지는대로 마치 꿈을 꾸면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 상태로 계속 이어지는 사고를 묵묵히 따라가는 것이다. 목적이나 목표, 또는 성과와 상관 없이 말이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나를 압박하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훈련인 셈이다.

물론 여전히 스트레스는 진행중이다. 잠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황 악화를 막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사고와 행동을 교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도 안다.

그래서 이 책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얼마나 허황된 이야기의 나열인지도 안다. 하지만 이런 책은 연신 '그래 내가 그랬어'라며 공감하며 읽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

자, 당신도 이런 생각이 당신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지 아니한가.

1. 완벽해야 한다.(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서 인생에 별로 도움도 안 되는 과도한 스펙을 쌓고 있다)
2. 바쁘게 살아야 한다.(빈틈없이 바쁘게 사는 것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3. 침묵은 금이다.(제때 상황에 맞는 말을 하고 싶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4. 화는 꾹 참아야 한다.(상대를 당혹시키거나 더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하면서 꾹꾹 눌러 참는다)
5. 불합리한 추론에 근거한다.(쓸데없는 걱정과 오해로 머릿 속에서 부정적인 결론을 내놓는다)
6.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좋은 뜻으로 거짓말을 해놓고 괴로워한다.)
7. 조언을 일삼는다.(제 인생도 가누지 못하면서 남에게 쓰잘데기 없이 조언을 늘어놓는다)


그럼 이 책이 조금 도움이 될 것이다.

단, 내 입장에서 이 책에서 제시한 해결책은 별로 도움이 되지도, 실천이 쉽지도 않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정도를 인식하게 해주는 역할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좋은사람 콤플렉스
듀크 로빈슨 저/유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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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2 09:35 2011/09/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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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nm의 생각

    Tracked from tattermedia's me2day  삭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거절해도 상관 없는데, 잘못을 지적해도 되는데, 화를 내도 괜찮은 상황인데 우리는 '좋은 사람'이란 꼬리표를 떼기 싫어하며 부탁을 들어준다. 거절하지 못한다. 남에게 지적하지 못하며 화도 못 낸다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좋은 사람 콤플렉스>

    2011/09/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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